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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약속 시간보다도 꽤나 빨리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시부타니 카스카

(방에 있어도, 왠지 진정되지 않아…… 그렇다면,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편이 나아)

(우시와카는 볼 일을 끝내고 합류한다고 말했다만……)



여성

기대되네ㅡ, 오늘 점등식!



남성

아직 조금 시간 있으니까,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하러 가볼까



소란스러운 거리. 평소라면 성가시다고 느꼈을 혼잡함. 사실, 어제는 너무 심한 눈부심에 현기증마저 느꼈었다.



시부타니 카스카

(그런데…… 희안하다. 그렇게나 괴로웠던 북적임이, 오늘은 괜찮다니)



좀 전에 눈앞을 지나가던 남녀를 시선으로 쫓으니, 무엇인지 텐트나 노점이 시끌벅적한 쪽으로 흘러들어갔다.



시부타니 카스카

(……저게 어제 봤던, 크리스마스 마켓인가)

(점등식 후, 혹시 다들 시간이 있다면…… 다같이, 킨더 퐁슈를ㅡㅡ)

……엣취. 쌀쌀하군



…………



약속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익숙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시부타니 카스카

이상하군…… 이제 곧 점등식이 시작해버릴 텐데……



우시와카도 없다.

그 바보다, 약속 장소를 착각하고 있을테지.

모두에게 연락해볼까 싶어서,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시노노메 네트워크에서 메시지를 보내봤다.



시부타니 카스카

(……?)



하지만, 메시지는 『송신중』의 상황을 표시한 채로, 시간이 지나도 완료할 기미가 없었다.



시부타니 카스카

(느려…… 너무 느려)



초조해하며 기다리고 있으니,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다.



시부타니 카스카

(……잠깐. 내가 약속 시간을 착각했던 건가. 점등식의 개시 시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당황하며 인터넷에 접속해, 어제 봤던 정보 페이지를 검색했다.



시부타니 카스카

(……!?)



또다시, 느릿느릿 『통신중』의 상황을 표시한 채로, 페이지를 불러올 기미가 없었다.



시부타니 카스카

(느려…… 어떻게 된거야!? 저주인가 뭔가냐!? 연락도 안 되고, 통신도 안 된다면, 그냥 소형 문진[각주:1]일 뿐이잖아!)

(에에잇, 이제 됐어. 일단 찾으러 가볼까)

(……그래, 약속 장소였던 『현장』이라는건, 가장 가까운 역을 말했을 가능성도 있어)



…………



하지만, 가장 가까운 역을 가봐도, 원래의 장소에 돌아와 봐도, 어디를 찾으러 돌아다녀도, 모두의 모습은 없었다.



시부타니 카스카

(착신도 특별히 온 게 없었어……)

(핫!?)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그곳에 있을 터인 스마트폰이 없었다.



시부타니 카스카

아앗…… 무슨 일인지……! 어디에서 떨어트린거야! 아니, 그러고보니, 녀석은 문진으로 변하고 있었다…… 있어도 쓸 수 없으면 의미가 없어……



엇갈리는 소란스러운 사람들 속, 혼자, 어찌할 도리 없이 내내 서 있었다.

마치 내가 있는 곳만이, 세계가 다른 것 같았다.



시부타니 카스카

…………

(ㅡㅡ그런가. 그래)



잊어버리고 있었던 걸, 떠올려버리고 말았다.

그래, 나는…… 『건너편 쪽』의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부타니 카스카

(완전히, 동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쭐해하고 있었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차피 나는ㅡㅡ아무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텅 빈 인간인데.



휘청휘청, 목적지도 없이 방황하며 걸었다. 벌써 점등식은 끝나고, 분명 모두는 어딘가에서 즐겁게 그것을 지켜보고 있겠지.



시부타니 카스카

(……평소라면, 기숙사로 돌아가고 끝이다. 우시와카가 돌아와도, 무시하면 돼…… 그것 뿐인 일이다)



그럴텐데 아무리 해도 기숙사로 돌아갈 기분이 들지 않고, 이렇게 거리를 망령처럼 계속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여성

꺄! 아파……



시부타니 카스카

……아……



여성

…………! 꺄ㅡ! 귀, 귀, 귀신!



남성

무슨 소리하는 거야. 할로윈은 지났으니까, 크리스마스에 귀신 변장을 하는 녀석 같은 건…… 우, 우, 우와ㅡㅡㅡ!



부딪친 나를 보자마자, 연인들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거리의 불빛. 눈부신 일루미네이션.



시부타니 카스카

(……아까 전까지는, 그렇게나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더 이상, 직시할 수 없었다.

손을 뻗는 것도 주제 넘을 정도로 멀리 보여서, 그게 서러웠다.

꽁꽁 언 손을 주머니에 넣자, 손 끝에 부드러운 게 닿았다.



시부타니 카스카

(……이건…… 어제……)



  1. 종이를 누를 때 사용하는 도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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