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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타니 카스카

(없어……, 없어……)



석양색 지면에 납작 엎드려, 찌그러진 형태의 돌을 뒤집었다.

살갗의 온도를 연상시키는 흙을 손톱으로 파헤쳤지만 눈에 띄는 건 발견되지 않았다.



시부타니 카스카

얼른 그녀석을 없애지 않으면……, 얼른…… 뒤틀림을…… 혼돈스러운 모순을 마땅한 모습으로 되돌리지 않으면……



땅을 기는 그림자가 늘어졌을 때, 해가 저물어갔다. 근소한 초저녁 시간이 지나면 어둠이 찾아온다.



시부타니 카스카

없어……, 어째서…… 왜 없는거야……! 이렇게는 고술(蠱術)[각주:1]의 완성이ㅡㅡ

ㅡㅡ!!



돌연 강한 충격에 나가떨어진 나는 쓰러졌다.

후두부를 습격한 통증의 정체는ㅡㅡ



니토 센리

죄송합~니다! 이쪽으로 공 날아ㅡㅡ



시부타니 카스카

네놈……



니토 센리

꺄ㅡㅡㅡㅡㅡㅡㅡ!!!! 시체!!!!! 꾸물꾸물 시체다ㅡㅡㅡㅡ!!!!



모치즈키 유우마

니토, 왜 그래



시부타니 카스카

네놈까지 모습을 드러낸 건가



모치즈키 유우마

핫ㅡㅡ!?



니토 센리

아니, 유마삐!? 왜 크로키장 꺼내서 스케치 시작하는거야!?



모치즈키 유우마

이렇게 연체동물 같이 쓰러지는 사람, 처음 봤으니까



니토 센리

아니 나도 그렇지만……!

그것보다 평범하게 시부타니 선배 살아계시죠?! 괜찮으시죠!? 유령 같은 게 아니죠……!?



시부타니 카스카

송장이 성대를 가지는 건 이형(異形)에게 씌여 영혼까지 속박된 가련한 의대(依代)[각주:2]가 됐을 때 뿐이다……



니토 센리

뭐,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 기묘하게 쓰러진 자세는 제가 열렬 어택한 배구공이 날아가버린 탓이죠

저어어엉말 죄송해요!



모치즈키 유우마

……죄송합니다



시부타니 카스카

사죄 따위 필요 없어.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물러나라. 그렇지 않으면ㅡㅡ



니토 센리

히이이이! 물러날게요 사라질게요! 공 잡으면 바로ㅡㅡ

앗…… 응? 지금, 뭔가 걷어찼나?



시부타니 카스카

(아아……!)



어리석은 자가 발로 찬 것은, 나의 소중한 바구니였다.

차인 충격으로 뚜껑 부분이 부서져, 기껏 잡은 개구리와 뱀, 딱정그리마와 지렁이가 도망칠 곳을 알아차리고 바구니 안에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니토 센리

으갸아아아아아아아아!!!!!!



우스꽝스러운 토끼와도 같이 뛰쳐나간 어리석은 자는, 사죄도 뒷수습도 방치하고 사라졌다.

ㅡㅡ그런 것보다.



시부타니 카스카

아앗, 도망친다……! 도망쳐버려……



나는 당황하며 일어서, 진흙투성이가 된 손으로 벌레들을 쫓았다.

하지만 손끝은 희롱당할 뿐이고, 아침부터 몸을 애태워서 모은 백충(百虫)은 전부 저녁 무렵의 어둠을 틈타 사라져버렸다…….



시부타니 카스카

아아아…… 앞으로 지네만 남았었는데. 지긋지긋한 토끼 녀석……!

이 나의 숭고한 시련을 방해한 그릇됨, 용서하지 않겠다……



모치즈키 유우마

저, 개구리 잡았어요. 한 마리뿐이지만



시부타니 카스카

(모치즈키 유우마!!)



『내가 주술로 멸할 대상 명부』 2위란에, 그 이름을 새긴 남자.



시부타니 카스카

(나에게서 야나기군을 뺏은 대죄인의 한 사람……. 네가 만져 화를 입은 개구리 따위, 나의 신성한 주술에 쓰겠나……!)



밉고 분한 모치즈키의 얼굴을, 강한 저주의 념을 담아 노려봤다.



모치즈키 유우마

앗…… 저기, 정말 죄송해요



쩔쩔매는 기색을 보이며 개구리를 땅에 놓아준 모치즈키는, 공을 가슴에 끌어안고 사라졌다.



시부타니 카스카

…………



ㅡㅡㅡㅡ…아아, 날이 저물어버린다. 초저녁의 어스름이 모든 것을 덮어갔다.



시부타니 카스카

(…………어쩔 수 없다. 오늘은, 포기하고 돌아가도록 하자)




여학생

후후, 괜찮다니까요. 이 뒷뜰이 거의 아무도 안 오는 명당이라고, 선배도 알고ㅡㅡ



시부타니 카스카

아……



여학생A

엣!? 거짓말 유령이야?!



여학생B

꺄ㅡㅡㅡㅡㅡ! 튀어나왔다아아아~~~!!!!



쏜살같이 도망가는 두 사람의 여학생…….



시부타니 카스카

유령……

(어차피…… 어차피 나는……, 옛날부터 계속, 기분 나쁜 존재다……)

(그래서 머리도 기르고, 되도록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구부정하게 다니려고 하고 있는데……)



인간의 본성에는 쉽게 거스를 수 없다.



시부타니 카스카

키가 자란 것 때문에……! 저신장의 여자에게는 표정 은닉이 불가능하다. 좀 더 깊게 고개를 숙여야만 하나……



우시와카 미나토

아하하, 도망쳐버렸다~



시부타니 카스카

!!

우시와카……



우시와카 미나토

여자애들, 너무하네. 카스카는, 유령이 아닌데



덜렁거리는 웃음을 띄운 남자의 발밑에서, 아까 모습을 감췄을 개구리가 경쾌하게 뛰었다.

내가 어째서, 백충(百虫)을 모으고 있었나.



시부타니 카스카

(그건 이 타락의 화신, 우시와카 미나토에게, 강한 저주를 걸기 위해서다ㅡㅡ!!)



  1. 독을 가진 곤충, 짐승을 사용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저주 [본문으로]
  2. 신령이 나타날 때 매체가 되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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