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이노오 마사치카

저번에 이뤄진 건강 검진 결과가 나왔으므로, 이름이 불린 사람부터 순서대로 받으러 와주세요

그럼 아사기리군부터. 우시와카군, 시바사키군……



머지않아, 자신의 이름이 불렸다. 봉투를 받으러 가는 사이에도, 이미 개봉을 시작한 모두의 대화가 교실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아사기리 미카게

앗하, 뭐야 이 수치. 좀 더 근육 붙이는 편이 좋지 않아? 같이 근육 트레이닝 어울려줄까?



마키 치즈루

사양이에요



우시와카 미나토

와아, 카스카 대단하네. 힘 세다~



시부타니 카스카

남의 결과를 멋대로 보지마!



시바사키 신야

시구레는……혈압이 작년보다 조금 높아진거랑, 헤마토크릿 수치[각주:1]가 약간 낮아진게 신경쓰이네



핫카 시구레

혈압이 올라가서, 아침에 일어날 수 있게 된다면 그들에게 감사해야겠네요



야나기&미카게

응?



봉투 안에는, 1년간의 성장 기록이 들어있다. 



미케카도 시온

…………



열지 않고 가방에 넣어둔 그것을, 숨기듯이 살며시 교실을 빠져나왔다.



~



미케카도 시온

…………



신장, 앉은 키, 어깨통, 가슴 둘레.

작년과 비교해서 플러스가 기록된 그 용지를, 꾸깃꾸깃 뭉쳐 쓰레기통에 버렸다.

시선을 드니,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미케카도 시온

(중력이 지금 당장 몇 배 정도 된다면 좋을텐데)

(……여기만)



일렁이는 녹음.

사계절이 변해간다.

돌고 도는 와중에,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이상(理想)에서 어긋나가는 세계. 남겨지는건,        뿐ㅡㅡ……



미케카도 시온

(…………음악이라도 듣자)



기분을 바꾸고 싶어져, 스테레오를 향해 손을 뻗는다. 

좋아하는 음색이 방을 채우는 거서과 동시에, 문득, 클로젯 안에 있는 구두를 떠올렸다.



미케카도 시온

(오랜만에 그거, 신어볼까)



어렸을적, 엄마가 신던 예쁜 구두. 보석 장식이 달린 무척 섬세한 구조로, 언제 봐도 그 시절의 추억처럼 예쁜 모습 그대로.



미케카도 시온

(마치 마법의 구두처럼, 엄마를 더 미인으로 만들어줬고, 신는 사람에게 용기와 기운을 줘)



들뜨는 마음으로, 꺼낸 구두에 발끝을 갖다댔다.



미케카도 시온

……!

(안 들어가……!?)



기억보다 한층 더 작아져버린 그 구두는, 몇 번이고 발을 겹쳐보아도, 어떻게 해도 신을 수가 없었다.



미케카도 시온

…………



하리미야 토우지

하리미야 토우지,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미케카도 시온

…………



하리미야 토우지

핫, 미케카도 선배! 먼저 돌아오셨군요

들어주세요, 오늘 받은 건강 진단 결과입니다만, 하리미야 남자의 이름에 부끄러움 없는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미케카도 시온

…………



하리미야 토우지

봐주세요! 어떤 항목도, 작년과 비교해서 높은 수치를 받았습니다

올해 들어서, 이른 아침 런닝의 거리를 늘리거나 근육 트레이닝 횟수를 늘러거나 했던 게 좋았던 거겠죠. 이것도 매일 하는 단련의 보람이며 어쩌구 저쩌구



미케카도 시온

…………



하리미야 토우지

바로, 다음 건강 진단까지의 거듭된 레벌업을 꾀하면서, 트레이닝 내용을 개선할 생각입니다만 괜찮다면 미케카도 선배도 함께ㅡㅡ



미케카도 시온

시끄러워



하리미야 토우지

횻!?



미케카도 시온

나갈거니까. 비켜

(……정말, 무신경하고 태평한 사람)



하리미야 토우지

……미, 미케카도 선배……?



이제 신을 수 없게 된 추억의 구두는, 상자에 다시 예쁘게 집어넣어, 쓰레기장 구석에 살며서 내려놓았다.



미케카도 시온

(……괜찮아. 후회 같은 건 안해)



그래도, 곧바로 방으로 돌아갈 생각도 들지 않아서, 뒷뜰 잔디밭에 앉아 멍하니 석양을 바라보았다.



슈페트

냐아



미케카도 시온

아……



그곳에 슈페트가 불쑥 나타나, 어리광부리듯이 몸을 바싹 붙여왔다.



미케카도 시온

……날, 위로해주는거야?



턱 밑을 쓰다듬자, 기분 좋은듯이 그릉그릉 목을 울렸다.



미케카도 시온

……항상 그렇네. 내가 풀이 죽어있으면, 어디든지 상관 없이 나타나서 위로해줘. ……너는 영리하네



어디까지 말이 통하고 있는걸까, 아몬드 모양의 예쁜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등 뒤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공기가 분단되었다. 


  1. 혈액에서 적혈구가 차지하고 있는 용적의 비중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 [본문으로]

DREAM!ing 번역
블로그 이미지 @아무 님의 블로그
MENU
VISITOR 오늘 /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