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유메시스템 홀에서는, 목적인 사람이 무방비하게 입을 열고 낮잠중이었다.



핫카 시구레

ㅡㅡ선생님



키리타니 요스케

응아ㅡ…… 오오, 핫카냐



핫카 시구레

예의 걸, 확인하러 왔습니다



키리타니 요스케

너, 남한테 부탁해놓고 꽤나 방치해뒀구만



핫카 시구레

바빠서. 죄송해요



키리타니 요스케

꼬맹이가 어른한테 할 변명이 아니라고.

ㅡㅡㅡㅡ자



내밀어진 건, 시노노메 학원의 졸업 앨범.

25년 전의 것이다.

중후한 촉감의 그것을 받아든 나는 바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키리타니 요스케

특진 클래스야.

핫카라는 사람이라면



선생님의 말에 손을 멈췄다.

시선은 앨범에 떨군채 그대로.



키리타니 요스케

……부친이냐?



핫카 시구레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키리타니 요스케

상관 없지만, 악용은 하지말라고



어깨를 움츠리고 양해를 구하는듯한 시선에, 나는 동기를 조금만 밝히도록 했다.

협력자에게는 답례를 치루는게 패밀리의 규칙이다.



핫카 시구레

첫번째 실이 어긋나버려서…… 그대로, 계속 뜨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확인하는게 무서워 뒤로 미룬 시점에서, 푸는 게 길어질뿐입니다만



키리타니 요스케

미안하지만, 뜨개질하고는 인연이 없어서



핫카 시구레

저도 그래요



앨범을 살며시 닫고, 선생님에게 돌려줬다.



핫카 시구레

시칠리아에서 건재해요. 저의 양부모는



~



기숙사까지의 길의 도중, 하늘이 흐릿한 먹색이라는 걸 깨달았다.



핫카 시구레

(비가 내릴지도……)



수 년 전, 시칠리아에서 화산재의 검은 비가 쏟아내렸던걸 떠올렸다.



핫카 시구레

…………



멈춰서서, 교복 안주머니에서 꺼내든건 칠흑의 수첩이었다.

호흡을 얕게 쉬며 연 그 순간ㅡㅡ.



핫카 시구레

ㅡㅡ!



미지근한 저녁 바람을 받고, 수첩에 끼워둔 종이 조각이 날아가버렸다.

손을 뻗어봤지만 잡지 못하고, 나는 뒤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ㅡㅡ그 시점, 학원의 뒷뜰에서는.

타카오미가, 레스폴 타입을 안고 슬그머니 특훈에 힘쓰고 있었다.



시시마루 타카오미

(이 포터블 헤드폰 앰프, 꽤 쓸만하군. 사서 정답이었다)

(일단 파워코드는 칠 수 있게 됐고, 다음은ㅡㅡ)



난데없이 바람을 타고 날아온 종이 조각이, 타카오미의 얼굴에 찰싹 들러붙었다.



시시마루 타카오미

부왓! 뭐야 제길……

……? 기사의 복사본…… 주간지인가?

『커리어 경찰관 일가, 비극의 행방불명 사건으로부터 10년』……?

(아아, 해외 마피아 항쟁에 관련됐을 가능성 같은 걸로, 가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미궁사건인가)



행방불명 된 건 경찰관인 남편과 그 처자식.

그들의 외아들은, 아직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동반자살』이라고 발표하고, 그 이후 매스컴도 일절 이 사건을 다루지 않게 되었다.



시시마루 타카오미

(다시 읽으니까, 기분 나쁜 사건이군. 그것보다, 왜 이런 게 날아오는ㅡㅡ)



핫카 시구레

시시마루군



시시마루 타카오미

오, 당신……



핫카 시구레

청소 중에, 쓰레기 일부가 날아가버려서



시시마루 타카오미

쓰레기……라는건, 이 종이냐



핫카 시구레

네. 회수할게요



시시마루 타카오미

그 사건, 10년 전의 일가 실종사건ㅡㅡ



핫카 시구레

기타 연습을 하고 있었군요



시시마루 타카오미

!

……보면 알잖아



핫카 시구레

전설의 밴드 Uribos의 기타 보컬, 바비루사는 될 것 같나요?



시시마루 타카오미

핫. 신이 될 수 있을리가 없잖아

……하지만



말을 멈추고 시선을 기타에게 향한 시시마루군은, 레스폴의 곡선미를 어루만졌다.



시시마루 타카오미

…………유메라이브에서의 밴드는, 나쁘지 않았다. 역시 음악은 빌어먹게 최고야

스테이지 위에서 바비루사가 빠져있던 감각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런데 현실에선 뭐든지 제대로 칠 수 없다니…… 분해

그러니까 난, 절대로 기타를 칠 수 있도록 될거야

윽…… 제길, 무슨 소리하는건지



어렴풋이 물든 볼을 숨기듯이 고개를 숙인 그는, 다시 기타 연습을 시작했다.



핫카 시구레

(아…… 요전번에, 입부 희망자 앞에서 쳤을 때보다, 꽤 능숙해졌다)



자세히 보니 시시마루군의 손에는 잔뜩 굳은살과, 반창고가.



핫카 시구레

(얼마나 연습한거지……)



놀람과 동시에, 깨달았다.

그는 지금, 하고 싶은 걸 전력으로 마주하고있다는걸.



핫카 시구레

(시시마루군……)



…ㅡㅡ어쩐지 나도.

먹색의 구름이 붐비는 듯했던 가슴 속이, 차츰차츰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 타이밍에서 다시 강한 바람이 불어와, 나는 손안의 종이조각이 또 날아가지 않도록 수첩에 끼워넣었다.



핫카 시구레

(……그래. 나는, 이 수첩을 마주하지 않으면)



가령 그러고 싶지 않아도.

칠흑의 수첩이 마음의 추가 되어, 어둡고 차가운 장소로 떨어져가는 감각에 붙잡혀도.

만약 바라지 않던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핫카 시구레

(살려진 이 목숨이 있는한, 나 자신이 뒷처리하지 않으면ㅡㅡ)



시시마루 타카오미

어이 당신, 가만히 서있을거면 저리가. 정신 산만하다고



핫카 시구레

아…… 죄송해요

부럽다고, 생각해서



시시마루 타카오미

하?



핫카 시구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충실하고 보내고 있어.

그게, 부러워요




DREAM!ing 번역
블로그 이미지 @아무 님의 블로그
MENU
VISITOR 오늘 /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