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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사와 잇세이

…………



아사기리 미카게

…………






아사기리 미카게

어디가나요─?



토라사와 잇세이

…………



아사기리 미카게

무시~



비 갠 밤의 정원. 동상 앞에 쭈그려 앉은 사감을 두고, 나는 근처 정자에 앉았다.



아사기리 미카게

사감~



토라사와 잇세이

…………



아사기리 미카게

뒤에, 머리 긴 여자가 서있어~



토라사와 잇세이

악!? 그럴리가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사감은 엄청난 속도로 뒤돌아보지도 않고 정자로 달려왔다.



아사기리 미카게

거짓말



토라사와 잇세이

너……! 보라고 이렇게 소름돋은걸!!



아사기리 미카게

아하



토라사와 잇세이

하아……



등받이에 몸을 기대자, 분위기도 이완되는 것 같아서.

준비는 다 갖춰졌다는 듯이, 가을 벌레가 연달아 신호를 보냈다.



토라사와 잇세이

…………아까……

아까 전 꽃잎에 써있던 말은, 내가 시노노메에 들어오기 전, 어렸을 때 적었던 거야

린타로 씨와 진과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을 때──……



사감이 시선을 보내는 동상 아래.

거기에 묻혀있어서 보고 있었던 건가, 하고 납득했지만 분위기가 무너지지 않도록, 나는 맞장구초자 속으로 삼켰다.



토라사와 잇세이

왜, 그게, 아까 전 유메라이브에 섞여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계속 했다면, 확실하게 들켰을거야

나의──, 내가……



아사기리 미카게

……



느긋하게 일어선 사감의 오른손이, 자신의 오른쪽 가슴 부근을, 쥐어짜듯이 구깃구깃 쥐었다.



토라사와 잇세이

……태어났을때부터, 심장이 안 좋아서

미국은 치료를 위해 갔었어. 5살 때야.

부모님, 여동생, 거기에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말려들게 만들고, 하지만, 결국, 치료는, …………포기했어

제한되어, 침대 위에서 죽어가는 걸 기다릴 뿐이라니 그거야말로, 여기까지 해온 보람이 없잖아?

가족을 위해서도, 앞으로 수 년 정도 나는 행복해져야만 해

──그래서 나는 골랐어.

목숨은 무리라도, 적어도, 자신의 인생은,

삶의 태도만은 지키는 길을



아사기리 미카게

──



토라사와 잇세이

줄곧, 버디역만 부탁해서 미안했어. 내가 병에 걸린걸 알면, 누구라도 괜히 신경써주잖아

그래서 동정 받거나, 대등하게 취급해주지 않는건 이제 사양하고 싶었어.

계속 고집부리며 폐를 끼쳤네. 미안



양손을 무릎에 두고, 고개를 숙였다.

그 후두부에 가마가 두 개 있다는 것까지 바라보고나서야 처음으로 제정신이 들었다.



아사기리 미카게

할 리가 없잖아



토라사와 잇세이

?



아사기리 미카게

제멋대로에, 너무 완고해서, 동정할 여지 없음



토라사와 잇세이

하하, 그 말 자주 들었어



문득 뻗어온 손이 내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토라사와 잇세이

지금이라면, 지금의 우리들이라면, 말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너라면, 나한테 괜히 신경써줄 일은 없잖아?

아까는 도와줘서, 고마워



아사기리 미카게

……



토라사와 잇세이

헤헤



가볍게 두드리고, 점차 몸이 흔들릴 정도로 강하게 두들겨졌다.

평소라면 피했을 그 행동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토라사와 잇세이

좋아! 돌아갈까



아사기리 미카게

아─……, 먼저 돌아가있어. 조금 바이크, 타고 싶은 기분



토라사와 잇세이

……그런가. 알겠어. 나중에 보자



아사기리 미카게



이윽고 뒷모습도 보이지 않게 되고,

혼자 정자에 남겨졌다.



아사기리 미카게

(밤바람은 기분 좋네)



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을 눈 앞까지 올리자, 노골적인 인공 빛이 싫어도 정자의 색을 바꿨다.

새로운 메시지──



아사기리 미하루

『깜짝 놀랐나? 안경 쓴…… 뭐였제 이름, 그녀석 때문에 방해 받았지만, 원하던대로 훌륭한 서프라이즈가 됐제?』



아사기리 미카게

…………



설정대로 15초가 지나면 백라이트가 사라진다. 나는, 마치 손 안의 사과를 으깨는 듯한 기분으로 있는 힘을 담아 스마트폰을 꾹 쥐었다.



아사기리 미카게

────

훗, 하하……

하하하하하핫

(사감의 유메라이브를 해킹해서 100개 리스트를 관객에게 뿌린다. 그걸 제안한 건 나야)



꼴사납게 입혀진 가치관이 벗겨진다.



아사기리 미카게

(그 때의 반응이 보고 싶었어. 초조한 모습이, 한탄하는 모습이, 부서지는 모습이 보고 싶었어. 그런데──)






토라사와 잇세이

아까는 도와줘서, 고마워






아사기리 미카게

……후훗, 걸작이잖아



등을 기대 하늘을 올려다보자, 정자의 지붕 틈새로, 구름을 밀어젖히고 달이 거꾸로 져간다.



아사기리 미카게

하아……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 얼마만이지)



노이즈가 겨우 벗겨진 듯한, 그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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